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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황매산 - 억새 군락지

'이번 주가 올해 억새구경의 끝물이다.'

 노고단 산보에서 우리 애들의 산행 가능성을 엿본 나는 새로운 산보 여행을 계획했었다. 그래서 이번에 계획한 곳은 바로 철쭉, 억새로 유명한 합천 '황매산' 산보다.

아침부터 부랴부랴 바빴다. 등산은 싫다는 애들에게 이번에는 정상까지도 올라가지 않고 그냥 쓰-윽 둘러보고만 올거라고 꼬득이고 또 꼬득여 우선 차에 태웠다. 노고단에서 산 날씨의 괘팍함을 익히 격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더 치밀하게 옷가지와 먹을 것을 좀더 준비를 했다. 또한 최대한 산보 거리를 줄이려면 출발 지점에서 최고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해야했기 때문에 주차장을 선점하기 위해 반듯이 일찍 출발을 해야했다. (황매산 오토캠핑주차장이 출발점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때문에 조금이라도 덜 걷고 싶으면 무조건 그곳에 주차를 해야한다.)

그런데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에게 변수가 발생했다. 지인의 부탁을 받아 심부름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어쩔수 없이 우리는 계획보다 30-40분 지연 출발하게 되었다. 운전을 하면서 또 애들의 눈치를 보면서 황매산 오토캠핑장에 있는 주차장이 비어있길 내내 빌었다. 

<황매산군립공원 주차장 가는 길>

어중간한 시간대에 도착 (12시 30분 정도)해서 그런지 몰라도 한번의 막힘 없이 오토캠핑장 주차장까지 올라갔다. 더군다나 주차 할 곳데 몇군데 비어있었다. 주차장까지 정체 현상이 심할거라는 얘기를 익히 들었기 때문에 한번의 정지 구간 없이 도착한 것에 너무 기뻤다. 단, 빨리 가려는 조바심에 꼬불꼬불한 길을 좀 터프하게 운전했더니만 목적지에 다달해서 아들 녀석이 갑자기 구토 증상을 보였다. 와이프가 토하려고 액션을 취하는 아들을 급히 차에서 내리게 하려고 서두르다가 휴대폰 액정을 깨 먹었다. 첫 번째 목적지까지 잘 도착해 놓고 한번의 부주위로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발생한 것이다. 순간 내 마음도 깨졌다. ㅠ ㅠ 

<산보 초입에서 딸 독사진>

주차 후 모두 차에서 내려 산보를 시작했다. 산보 시작과 동시에 휴대폰 액정에 대한 생각을 차에 놔두고 와야하는데 그게 쉽사리 되지 않았다. 아마 나는 산행 내내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진 촬영하는 것도 하는둥 마는둥....초점도 맞추지 않고 찍은 첫 번째 사진에서 그때의 심정이 묻어나왔다. 

산보 시작부터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 움직이면 더울거라는 나만의 착각에 스웨터 자켓을 입고 갔는데 그런 나를 비웃는 마냥 매서운 억새바람이 몸 구석구석을 할퀴고 지나갔다. 다행히 애들은 여벌의 옷으로 몸을 둘러 쌓기 때문에 그나마 차가운 바람을 직접 맞지 않고 목적지까지 올라 갈수 있었다. 나혼자만 벌벌 떨었다. 귀도 얼고 코도 얼고 눈도 시렸다. 너무너무 추웠다. 집에 도착 후 나는 인터넷 쇼핑으로 바람마기 먼저 구매했다.

<간간이 앉아 쉴수 있도록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서>

산보 도중 전문등산인으로 보이는 한 분이 하시는 얘기를 들었는데 황매산은 다른 산 등산로 보다 많은 수의 벤치가 있는데 이게 마냥 앉아서 쉬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 철쭉이 피면 이걸 밟고 올라서서 구경 하라고 이렇게나 많이 설치한 거라고 한다. 

<동생의 패딩점퍼를 아방가르드?하게 목도리로 표현> 
<무슨 설정인지 모르나 어디서 본 것은 있는 듯>

오르는 길 내내 햇빛에 환하게 빛나는 하얀 억새를 볼수 있으며 간간히 사진 찍을 곳도 많아 심심치 않게 오를 수 있다. 

<가위바위보 계단오르기 게임>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인 '산불감시초소'에 다달았으 때는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약 350?여개 정도의 조금 가파른 돌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아들녀석이 힘들어서 못올라 가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햄스터링 부상이 있는 나는 약 30kg의 아들을 업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1/5 지점 쯤에서 엄마의 기습적인 제안(가위바위보로 계단오르기)을 허용해서 다행히 더 큰 어려움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늘계단'이란 이름을 가진 돌계단>
<산불감시초소 옆에서>

기나긴 계단오르기 게임이 끝나고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했을 때 모두들 '헠'하고 놀랐다. 바람이 바람이....엄청나게 휘몰아쳤다. 초소 옥상에 올라 기념 촬영을 하려던 계획도 다음을 기약하고 무산되고 우리는 바람을 피해 초소 옆으로 숨었다. 올해 들어 가장 센 바람을 경험했다. 이 정도의 바람이면 머지 않아 억새의 흰털?들이 다 날아 가버릴 것 같았다.

<돌쌓기> 

많이 추웠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소원 빌게 있다며 두꺼운 고사리 손으로 조그만 돌 하나를 올려놓은 후 바로 집으로 가자고 했다.

<역대급 바람으로 서둘러 떠나온 산불감시초소>
<황매산군립공원 구간코스안내>
<미끄러운 내리막을 지난 후>
<더넓게 펼쳐진 억새군락지>

집에 빨리 가자는 애들의 성화에 자생물원쪽으로 내려갔다. 그길은 돌과 모래가 많은 다소 미끄럽고 위험한 길이었으나 오르는 길에서 보지 못한 더욱더 멋진 풍광을 선사했다. 내려오는 길에 마주한 '억새군락지'는 오늘 내 몸을 얼게한 찬바람 따위는 싹 잊게 만들었다. 

<하산길에 따뜻한 햇살 맞으며>

내려오는 길 또한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많아 이곳 저곳 사진 촬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워낙 좋은 풍경에 수준급이 아닌 실력에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가져다 주었다.

<하산길에 만난 보리수 열매>

도착 지점에 거의 다달았을 때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뭔가를 열심히 따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보리수 열매를 따 먹고 있었다. 먹어도 되는 것인지 약간의 의문이 있었지만 우리는 먹지 않기로 하고 보리수 나무를 알고 가는 것에 만족했다.

매서운 바람에 비록 곤욕은 격었지만 약 1시간 정도 되는 거리, 가벼운 산보, 가을 정취를 만끽할수 있는 억새가 보고싶다면 '황매산 억새 군락지'를 적극 추천한다.(단, 반드시 바람막이, 바람에 날려가지 않는 모자, 마스크 필수) 

아마 10월 마지막 주가 절정일것 같으니 억새가 보여주는 최고의 가을 장관을 보고 싶으면 더 늦기 전에 방문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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